목양편지
쓸모없는 것의 쓸모
2025-10-11 16:41:14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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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주중에 노벨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순서로 수상자 명단이 발표됐습니다. 그중에 저의 관심을 끄는 수상자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는 노벨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입니다. 그는 수십 년간 금속이나 화합물 구조의 빈 공간에 대해 연구해온 과학자입니다.


1990년대 일본 긴키대 조교수였던 시절, 그는 금속·유기물로 만들어진 화합물의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서 컴퓨터를 통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답니다. 하루는 컴퓨터가 작업을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 지루해서, 한 학생에게 ‘화합물 구조를 종이에 그림으로 그려보라’ 고 말했습니다. 그림을 그려온 학생은 ‘무한 구조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순간 스스무 교수는 화합물 구조 본체가 아니라 구멍 쪽이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직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그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구조 구멍에 대한 연구를 35년간 계속 해왔습니다. 쓸모 없는 것의 쓸모에 대해 연구한 겁니다. 그 결과 이번 노벨상 수상을 통해 구조의 구멍이 얼마나 쓸모 있는 것인지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교회 안에서 감당하고 있는 일이 별로 쓸모없는 일인 것처럼 생각될 때가 있지요? 그러나 주님은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당하는 작은 일도 너무나 소중하고 값지게 여겨주십니다. 식당 주방에서 밥을 지으면 흘리는 구슬땀 한 방울도, 예배당을 아름답게 가꾸고 청소하는 숨은 손길들도, 교회 안팎에서 수고하는 모든 분들의 헌신도 우리 주님은 기쁘게 받으시고, 노벨상보다 더 큰 하늘의 상급으로 갚아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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